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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편의점]

언제부터인가 특정장소를 제목으로 하는 소설들이 제법 눈에 띄었다. 처음 접한 것은 달러구트 꿈백화점(이에 대한 감상평은 추후에 포스팅 해보겠다)이었는데 그 이후로도 기억하지 못하는 여러 비슷한 제목의 책들을 서점에서 보았다. 그 중 하나가 “불편한 편의점”이었다.
반골기질이 있는지 이렇게 유행을 타는 건 나도 모르게 거리를 두는 편인데 밀리의 서재에 있는 오디오 북이 워낙 인기가 있고 후기가 좋아 속는샘 치고 읽게(듣게) 되었다. 밀리의 서재에 대해 궁금하다면 지난 포스팅을 확인하시길. 그런데 웬걸 완전히 푹 빠져버렸다.
[줄거리 및 등장인물]
서울역 노숙자 독고가 어느 날 편의점 주인인 염여사의 지갑을 주워주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사람 보는 눈이 있다고 자부하는 염여사는 요즘사람 답지 않게 의협심이 있는 독고에게 편의점 야간 알바자리를 제안한다.
알콜성 치매로 과거도 기억하지 못하고 행동도 굼뜬데다 말까지 어눌한 독고가 편의점 일을 잘 해낼리가 없다고 주변사람들의 만류와 원성이 가득한 가운데 의외로 그는 묘한 매력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가 저마다 하나씩 상처를 가진 그들의 마음을 다독인다. 그리고 서서히 독고의 과거와 정체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 염여사 : 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다 정년퇴임하여 청파동에서 작은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다.
- 독고 : 서울역에서 노숙자 생활을 하고 있다. 알콜성 치매가 있어 그 자신도 자신의 본명이나 과거를 기억하지 못한다.
- 시현 :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20대 취준생
- 오여사 : 생계를 위해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50대 여성
- 경만 : 매일 밤 야외 테이블에서 혼술을 하며 하루를 마무리 하는 회사원
- 인경 : 본래 극단의 여배우였으나 은퇴 후 희곡작가로서 재기를 꿈꾸며 편의점 근처로 글을 쓰러 들어온 30대 여성
- 민식 : 염여사의 아들. 자신의 사업을 하기 위해 호시탐탐 염여사의 편의점을 팔아치울 기회를 엿본다.
- 곽씨 : 민식의 의뢰를 받아 독고의 행적을 감시하는 사설탐정.
[감상평]
역시 인기가 있고 후기가 좋은데에는 이유가 있다. 막연한 반감이나 의심으로 시작한 독서는 웃음과 감동으로 끝을 맺었다. 특히 흥미로웠던 점은 내가 그동안 읽어왔던 소설들이 과거 혹은 먼 미래의 이야기이거나 시대를 특정하지 않는 것들이었던 반면, 이 책은 출간 당시의 시점을 배경으로 하고있다는 점이다. 코로나의 창궐과 그로 인해 변화하는 사람들의 일상에 대한 묘사때문인지 소설인지 알면서도 집 앞 편의점에 가면 소설 속 등장인물을 만날 수 있을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등장인물이 가지고 있는 상처도 매우 현실적이다. 나 스스로부터, 친구들로부터, 가족으로부터 한번쯤은 들었을 고민들을 소재로 삼아 글로 풀어낸다. 흔히 소설이 현실에서 받는 스트레스로부터 도피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하는데, 이 책은 반대로 적극적으로 현실세계를 끌어들여 저자가 생각하는 해결책을 제시하고 따스함을 전한다.
불편하게만 느꼈던 편의점에서 오히려 고단한 삶을 위로받는 책의 내용처럼, 책의 제목이 다소 불편하게 느꼈던 나도 바쁜 일상 속에서 따뜻한 위로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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