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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수업

지적이고 아름다운 삶을 위한 라틴어수업
친구의 소개로 “라틴어수업”이라는 책을 읽었다. 처음에는 제목이 언어인 책을 추천해줘서 의아해했는데, 라틴어에 담긴 삶의 생각이나 문화를 읽는 것이라고하여 새로운 문화와 관심이 많은 나의 흥미를 끌었다. 부제목인 “지적이고 아름다운 삶을 위한”이라는 표현도, “아직 꽃피지 못한 청춘, 그러나 ‘라틴어 수업’에서 배운 것은 ‘꽃’이 아니라 그 근본이 되는 ‘뿌리’였습니다.”라는 저자의 제자들이 쓴 한 줄의 편지도 마음에 들었다.
대학교 인기강의
이 책은 저자의 강의를 토대로 쓰였는데, 저자의 강의는 대학교에서 인기 강의였다고 한다. 왜냐하면 단순한 어학 수업에 그치지 않고 라틴어의 체계, 라틴어에서 파생한 유럽의 언어들을 시작으로 그리스 로마 시대의 문화, 사회 제도, 법, 종교 등을 포함한 오늘날의 이탈리아 이야기까지 담은 종합 인문 교양 수업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강의 내용과 함께 저자는 유학 시절의 경험과 공부의 어려움, 장점과 단점에 대한 성찰, 관계의 문제 등 삶의 모습을 이야기한다.
라틴어을 하면 교양있는 사람?
라틴어는 요즘 거의 쓰이지 않는데, 전문성이 있는 특정 분야에서는 아직도 쓰이고 있으며 서양 문화의 근간이라고 한다. 그래서 라틴어를 할 줄 알면 교양이 있고 지식이 높은 사람으로 생각되기도 한다. 라틴어가 어렵다는 얘기는 들었으나, 책 초반에 라틴어의 do 동사 활용 변화표를 보고 바로 책을 덮을 뻔했다.
'라틴어의 고상함’이라는 부분에서도 라틴어 배움의 어려움을 설명하는데, 이 때문에 라틴어를 공부하면 “삶에 대한 노력과 끈기”를 배울 수 있다고 한다. 공부는 일종의 수양과 같은데, 어려운 라틴어를 배우며 나에 대한 성찰과 배움의 끈기를 통한 극복을 배운다고 한다. 2년간의 수험생활을 했던 나에게도 이 부분은 공감이 되었다. 학문에서 겪는 어려움을 이겨내는 것이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저자는 라틴어를 살짝 소개만 할 뿐, 전반적으로 라틴어에 담긴 문화와 로마인의 사고, 일화를 소개하여,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수평적인 언어, 라틴어
책을 읽으면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라틴어는 우리나라 언어와 다르게 사람 간의 “수평성”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언어는 사고의 틀인데, 수평성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것은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 로마인의 사고와 태도의 근간이 되었다는 저자의 설명이 이를 뒷받침했다. 나이에 상관없이 상대를 내려다보지 않는 언어임이 매력적이었다. 한국어는 언어나 호칭에 높고 낮음이 뚜렷하며, 아직도 상대가 자신보다 어려 보이면 하대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 이런 모습을 보면 나도 마음이 불편해져서였을까? 수평성을 지닌 라틴어는 “배려가 담긴 언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배려 있는 언어를 쓰는 만큼, 로마인들 역시 타인에 대한 배려를 생각하는 교양 있는 사람들로 느껴졌다. 예를 들어 편지를 보내거나 방명록에 글을 남길 때, "si vales bene, valeo"라는 “당신이 잘 있으면, 나는 잘 있습니다.”라는 표현이 있는데 이는 타인의 안부가 먼저 중요한 로마인의 사고를 담은 것이라고 한다. 발음이 재밌어서 기억에 남기도 했지만, 상대를 먼저 물어보고 상대가 잘 지내면 나도 잘 지낸다는 배려의 표현이라 따뜻함을 느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또한 유명한 명언인 “이 또한 지나가리라!” 역시 라틴어의 표현이라 한다. 지금의 고통과 절망이 영원할 것 같지만 어디엔가는 끝이 있어, 오늘의 절망을 내일로 잠시 미뤄두라는 저자의 조언이 마음에 남았다.
“라틴어수업”은 지금의 나를 채찍질하여 나아가라, 열정적으로 살라는 일반적인 자기개발서라기보다는 삶에 대한 여유, 행복에 대한 고민, 또 고민에 대한 따뜻한 조언을 담은 책이다. 지금 마음에 여유가 없는 사람, 상황이 힘들어 외로운 누군가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한 번 읽고 넣어두는 책이 아닌, 항상 내 옆에 두고 마음이 힘들 때 읽고 싶은 책이다. 내 친구가 나에게 그런 것처럼, 누군가에게 꼭 추천해주고 싶은, 마음에 위로를 주는 선물 같은 책이다.
마음의 위로가 필요할 때 팁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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